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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스트레스로 공황까지…대구에 ‘심리적 방역’ 절실

관리자 | 2020-03-04 | 조회수 : 3419

대구시 중구에서 구두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5·여)는 열흘 전부터 매장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손님이 뚝 끊겨서다. 처음 며칠 동안은 매장 문을 열어봤지만 말 그대로 ‘개점휴업’이었다. 금방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다.
 

손님 끊긴 매장 문 닫은 지 열흘…“불면증 시달려”
외출 안한지 한달 되자 숨막히고 목졸리는 경험
대구시 접수된 코로나 심리상담건수 1만8850건
“심한 불안감 장기간 지속되면 심리상담 필요해”

매장 문도 열지 못하고 집안에서 코로나19 관련 뉴스만을 접하다 보니 이씨는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 이씨는 “열흘 넘게 장사는커녕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불안감이 커진다. 언제 매장을 다시 열 수 있을까 불안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직장을 그만두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던 박모씨(34·여·대구 동구)는 지난달 2일부터 한 달 동안 집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그는 부모가 외출을 막은 탓도 있지만 스스로도 불안감이 커 외출을 삼갔다.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 전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 전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상황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박씨는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막히고 목이 졸리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 두려웠다”고 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최모씨(32)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직원이 단 한 명만 코로나19에 감염돼도 공장 문을 며칠간 닫아야 해 직원들 모두 전전긍긍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2일 오전 기준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3081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구에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3일 만에 3000명을 돌파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유통업이나 교육업 등에 종사하는 시민들은 당장 일거리가 끊어져 막막한 심정이다. 직장을 다니고 있더라도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동호회 활동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기 위한 국내외 여행도 불가능에 가까워 지역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번지고 있다. 대구에 물리적 방역 외에 ‘심리적 방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대구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후인 지난달 18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대구시에 걸려 온 상담 전화가 1460건, 문자메시지 상담이 1만7390건 등 모두 1만8850건의 코로나19 관련 상담 요청이 접수됐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까닭 모를 공포가 닥쳐온다는 내용들이었다.
2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에서 육군 2작전 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전을 하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 유행이 장기화될 때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덮치는 건 관련 연구로도 밝혀진 바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성균관대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2015년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29세 이상의 남녀 성인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6%가 불안·우울 같은 ‘정서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답한 이는 80.2%였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운영해 오던 통합심리지원단을 확대, 24시간 상담체계를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증을 겪는 확진자와 격리자, 가족, 일반시민 등에게 전화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전화로 안내해주고 정도가 심할 때엔 정신의료기관 연계도 지원하고 있다.
 
이종훈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장은 “감염병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불안감과 약간의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굳이 두려워하거나 감출 필요가 없으나, 일상적인 생활이 방해될 정도로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심리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대구=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코로나 스트레스로 공황까지…대구에 ‘심리적 방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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